헌법에 동물권 명시를 위해 발족한 8개 단체의 연대체, 개헌을 위한 동물권 행동(이하: 개헌동동)은 지난 3월 20일 대통령 개헌안이 발표되던 역사적 순간의 감격을 잊지 못한다. 대통령 개헌안을 통해 대한민국 건국 이래 처음으로 동물보호에 대한 국가적 의지가 확인되었기 때문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정부 개헌안 제38조 제3항에 ‘국가는 동물보호를 위한 정책을 시행해야 한다’고 명시함으로써 동물보호가 국가의 의무임을 천명했다. 해당 개헌안이 통과되면 동물보호법이 존재하지만 동물이 생명의 주체라기보다 인간의 재산이나 소유물로 다루어지는 제도적 한계를 바로잡기 위한 근본적 개혁이 가능해진다.
하지만 기쁨도 잠시, 국회에서 대통령 개헌안의 향방은 어둡기만 하다. 국회가 여전히 개헌 논의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국회는 30년이 지난 헌법에 변화가 필요하다는 것에 공감하면서도 직무유기에 가까울 정도로 개헌 추진을 등한시 해왔다. 국회는 지난해 초 개헌 논의를 위한 상임위를 만들었으면서도 지금까지 이렇다 할 개헌안조차 내놓지 못하고 있다.
대통령 개헌안에 대한 국민적 지지도는 매우 높다. 지난 23일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의 국민여론 조사 결과 대통령 개헌안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가 64.3퍼센트로 집계됐다. 대통령 개헌안을 지지한다는 국민청원도 20만 명을 돌파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야는 여전히 국민이 염원하는 개헌의 내용보다는 정치공학에 입각한 세 싸움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국회에서 대통령 개헌안보다 더 나은 개헌안을 마련할 수 있을지, 개헌의 내용보다는 무엇이 자기에게 유리한지에 대해서만 연연해하는 국회가 대통령 개헌안을 본회의에 부칠시 민의가 반영된 투표 결과가 나올 수 있을지 우려된다.
여기에 지방선거에 맞춰 개헌 투표를 하려면 현 임시국회에서 국민투표법 개정까지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이다. 국민투표법은 헌법재판소에 의해 헌법불합치 결정이 내려진 상태로 국회는 개헌을 하자고 하면서도 정작 개헌을 위한 국민투표법 개정은 오랫동안 미룬 채 작금에 이르렀다. 과연 6월 13일에 개헌안을 국민투표에 부칠 수 있을 것인지, 아니 개헌이 가능하기나 한 것인지 국민들은 초조한 마음으로 지켜보고 있다.
개헌동동은 개헌에 대한 국회 논의가 지지부진한 가운데 국가의 동물보호 명시를 천명한 이번 대통령 개헌안이야말로 우리가 확인한 가장 바람직한 최선의 대안이라고 생각한다. 또한 우리는 헌법은 한 나라의 얼굴로서 헌법의 주인은 국민이며 개헌을 최종적으로 완성하는 권리는 국민에게 있다고 한 문재인 대통령의 의사에 적극 공감하는 바이며 이번 지방선거와 함께 개헌안이 처리되어 동물들이 하루 빨리 국가의 보호를 받을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
이 땅의 동물들은 제대로 된 법 제도적 장치가 없어 고통 속에 방치되기 일쑤였다. 이를 보다 못한 국민들의 자구책에 의존하여 동물보호가 실천되기 시작했고 이러한 노력에 힘입어 미약한 동물보호법이 조금씩 바뀌어 가며 생명적 가치를 근근이 지켜왔다. 하지만 동물을 물건과 동일시하고 도구적으로 이용하기에 급급한 법과 제도의 한계는 시대정신을 거스른 채 생명을 존중하려는 국민들의 의지를 번번이 좌절시켰다. 대통령 개헌안이 통과되면 동물보호는 헌법에 명시된 바 합당한 정책을 수립해야 하는 국가적 과제가 되고 이로써 동물권 구현의 길이 열리게 된다. 동물을 생명으로 대하는 사회를 만들고자하는 국민의 요구에 이제 국회가 응답할 차례다.
개헌동동은 남아있는 기간 헌법에 동물권 명시를 위해 국내외에서 최선의 노력을 기울일 것이다. 국회는 더 이상의 미적거림 없이 동물보호 명시한 대통령 개헌안을 즉시 통과시켜야 한다.
개헌을 위한 동물권 행동 구성 단체
동물권연구단체 PNR, 동물보호시민단체 카라, 동물복지문제연구소 어웨어, 동물의 권리를 옹호하는 변호사들, 바꿈, 한국고양이보호협회, 핫핑크돌핀스, 휴메인 소사이어티 인터내셔널